15일 일본 도쿄에서 북한 미사일 일본 상공 통과를 알리는 뉴스가 나오는 대형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 대북제재 결의(2375호)를 채택한 지 불과 3일 만이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비웃는 듯한 모습이다. 국제사회가 어떻게 나오든 ‘핵무력 완성’이란 전략적 목표를 향해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 무모함과 광폭함에 아연할 따름이다.
북한이 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실제 비행거리는 3700여㎞였다고 한다. 미군 전략기지가 밀집한 괌을 실제로 타격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 2발(순항거리 250㎞)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는데, 그중 1발이 추락했다. 북한이 계속 중장거리미사일 시험에 성공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는 데엔,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택하기 쉽지 않고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더 이상의 제재 역시 쉽지 않을 거라는 나름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발 빠르게 북한을 비판하면서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의회도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자 도발”이라며 “아주 위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발을 계속할수록 북한은 점점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15일(현지시각) 소집되는 유엔 안보리에선 대북 추가 제재 문제를 또다시 논의한다. 김정은 정권은 국내외적 환경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위기 타개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통일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대북 인도적 지원도 하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옳지 않다. 이번 지원 대상은 영유아·임산부·노약자들이다. 품목도 시리얼과 전염병 예방 백신 등으로 제한돼 있다. 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미국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국제 정세나 북한 도발 여부에 따라 중단 또는 재개하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인도적 측면만 보고 이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릴 대화와 협상의 단초는 그런 꾸준한 행동을 통해 열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