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은 참변이 또 발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17일 새벽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경포119안전센터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정자가 붕괴되면서 잔해에 매몰돼 순직했다. 이 소방위는 정년퇴직을 불과 1년 앞두고 있었고 이 소방사는 임용된 지 8개월밖에 안 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경포119안전센터의 맏형인 이 소방위는 화재진압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 새내기 소방관인 이 소방사와 늘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고 한다. 고인들은 이날도 화재 현장을 끝까지 지키다 참변을 당했다.
화재 등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순직한 소방관이 51명이나 된다. 또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소방관은 3천명이 넘는다.
소방관이 사고를 당할 때마다 인력을 늘리고 장비를 개선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지만, 그때뿐이다. 지난해 말 현재 소방공무원 수는 4만4293명이다. 소방기본법은 소방서별로 최소한의 인력 배치 기준을 정해놨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무려 1만9254명이 부족하다. 장비가 부족해 사비를 들여 방화복과 장갑을 사는 일도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이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 법안은 소방관들의 오랜 염원인 국가직 전환을 담고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 중 단 1%만이 국가직이고, 나머지 99%는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지방직이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인력과 장비 지원에 한계가 있어 소방관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 가운데 지방직은 소방관밖에 없다.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물을 파손하거나 긴급출동 중 교통사고를 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소방법 개정안’도 지난해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는데, 역시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방관은 늘 국민이 존경하는 직업 1위로 꼽힌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제라도 ‘소방관 지원법’ 통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 관련 기사 : ‘끝까지 문화재 지키다…’ 강릉 소방관 2명 안타까운 순직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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