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정권 차원의 공영방송 장악을 기획하고 지휘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건이 나왔다. 국정원의 ‘문화예술인 퇴출 공작’에 이은 제2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 문건 가운데 일부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지시를 받은 뒤에 작성된 것이어서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이 한 팀이 되어 공영방송 장악에 발 벗고 뛰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공영방송 파괴 공작의 뿌리가 이명박 정부에 있었음이 이 문건으로 낱낱이 드러난 셈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가 찾아낸 문건들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을 장악하기 위해 얼마나 혈안이 돼 있었는지 단번에 알려준다. 김재철 사장 선임 직후인 2010년 3월 작성된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보면 문화방송을 ‘정권의 방송’으로 장악하기 위해 3단계 공작을 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인과 프로그램을 ‘좌편향’으로 낙인찍어 퇴출하고, 이어 노조를 무력화한 뒤 마지막으로 소유구조를 개편해 민영화한다는 내용이다. 군사독재나 했을 법한 언론탄압을 대놓고 기획한 것이다.
2010년 6월에 작성된 ‘케이비에스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문건도 노골적이고 추악하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정부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언론인들을 배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일부 인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퇴출시키라’는 인사 지침까지 내렸다. 이후 인사와 조직개편 과정을 보면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 내용이 거의 그대로 실행됐음을 알 수 있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을 막론하고 문건에 오른 인물들 대다수가 인사 불이익을 당했고, ‘좌편향’으로 낙인찍힌 프로그램은 대부분 폐지됐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방송 장악 문건은 한마디로 말해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국가기관이 앞장서 난도질한 범죄공작의 증거다. 이 문건 공개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의 공영방송 파괴 역사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공영방송이 정권이 아닌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할 것이다. 검찰은 당시 누가 주도해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협력한 방송사 내부 인사들도 찾아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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