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유한국당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자유투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안철수 대표를 따르는 상당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대법원장 인준 문제가 정치세력 간 감정 대립이나 당리당략에 좌우되는 건 옳지 않다. 오로지 사법부 수장으로서 역량과 자질을 지녔는지,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독립성을 지켜낼 소신과 뚝심은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어야 한다. 물론 도덕성을 갖췄는지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몸담았던 우리법연구회의 이념 편향을 문제 삼지만, ‘좌편향’을 입증할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았다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사법부를 개혁할 적임자일 수 있다. 30년 넘게 재판에 종사한 58살, 현직 법원장에게 경륜 부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이른바 ‘5대 인사검증 원칙’에 저촉되는 부분도 없으니 이만하면 도덕성도 흠잡기 어렵다. ‘인준 찬성’이 반대 의견의 2배에 가깝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야당의 인준 거부 명분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있을 때 ‘한국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라는 학술대회가 열렸고, 김 후보자가 인사말을 했다는 점을 넌지시 거론하며 ‘동성애’ 이슈를 인준과 연계하려 한다. 인권법을 연구하는 학술모임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김 후보자는 이미 부당한 ‘동성애 차별’에 반대하는 동시에 ‘동성애 반대’라는 견해를 피력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밝혔다. 국민의당이 자꾸 동성애 이슈를 무리하게 걸고넘어지는 건 실망스럽다.
국민의당이 인준 절차에 응하는 조건으로 사과를 요구해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땡깡’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등 자세를 낮추며 야당 대표들에게 청와대 회동을 제안했다. 국민의당은 이쯤에서 감정을 풀고 순리에 따라 인준 절차에 들어가는 게 옳다. 그것이 안철수 대표가 언급했던 ‘국회 결정권’을 명분 있게 행사하는 길이기도 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려고 자리에 앉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