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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정책 혼선’ 자초한 송영무 장관의 경솔한 처신

등록 2017-09-19 18:30수정 2017-09-19 19:16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백운규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이 의원들이 질의에 답하는 동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백운규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이 의원들이 질의에 답하는 동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가 ‘돌출 발언’으로 외교안보 라인 혼선을 부추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19일 ‘엄중 주의’ 조처를 내렸고, 이에 송 장관은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씁쓸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다.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받으려 애쓰는 와중에 국방부 장관이 국내에서 평지풍파식의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판하면서 “학자 입장에서 떠든다” “상대해선 안 될 사람” 등의 원색적 용어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국무위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800만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에 대해 “시기를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해 다른 부처 업무에 개입하는 듯한 월권적 행동을 보였다. 최근 송 장관 언행을 보면, 그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울리는 사람인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그는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불쑥 꺼냈고, 귀국 후에도 여러 번 이를 언급했다. 국방부 장관이 중요 정책사안에서 정부 기조와 다른 내용을 제기해 혼선을 야기한 것이다. 송 장관은 18일엔 “전술핵 재배치를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을 바꾸었지만, 정부 신뢰는 타격을 받았다.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선, 통일부 소관인데도 국방부 장관이 옆에서 어깃장을 놓는 듯한 태도를 보여 볼썽사납다. 애초 논란이 된 ‘참수부대 설립’ 계획에 대한 발언도, 꼭 문정인 특보 지적이 아니더라도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내부 갈등을 부각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다분한 야당 의원 질의에 기다렸다는 듯 쌓인 감정을 쏟아냈다가, 다음날 청와대가 지적하자 사과까지 하는 모습도 영 보기에 좋지 않다. 매우 경솔했다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 내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때론 심각한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관의 국회 답변은 곧 정부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나 마찬가지다. 조율되지 않은 사견을 불쑥 내비치는 건 고위 공직자로서 기본 자세가 아니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수습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인적 교체까지 포함해 외교안보 라인의 전반적인 정비를 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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