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투표가 21일 실시된다. 여야는 표결에 앞서 표 단속에 분주했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의원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어서 전망은 안갯속이다. 하반기 정국의 분수령이 될 이번 인준 투표에서 무엇보다 국회의 합리적 판단이 절실하다.
김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의 견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후보자와 고교 동기동창이라고 밝히면서 “김 후보자는 정치권에 줄대려는 어떤 시도도 한 적이 없다. 평생을 관통하는 그 미련함이야말로 어떤 정치세력도 김 후보자를 그들의 울타리에 가둘 수 없음을 담보한다”고 적었다. 야당 의원인 김 의원이 사적 인연에 얽매여 이런 글을 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후보자 인선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코드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반론을 찾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이 20일 반대 당론을 정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김 후보자 인식을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운 것은 치졸해 보인다. 김 후보자가 성 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를 주관했다는 것인데,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려 한 점은 법관으로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흠집을 찾기 어려우니 일부 기독교단체의 움직임에 편승해 인준안을 부결시키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국민의당의 자율투표 방침은 ‘자율’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3당의 생존방식일 테지만, 매우 정치공학적이고 정국을 불투명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당론 채택이 어렵다면, 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라도 김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출국하기 직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인준 협조를 요청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기회에 경쟁할 건 경쟁하더라도 협력할 사안은 서로 협력한다는 전범을 마련하길 바란다. 두 당의 협력 없이 국회에서 개혁 추진은 요원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김 후보자 인준 문제에서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회가 더이상 사법부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걸로 국민에게 비쳐선 안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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