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인 전직 고위간부의 부탁을 받고 22명인 필기시험 합격자 수를 23명으로 늘려 탈락자를 구제한 뒤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주어 부정하게 채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2016년 5급 직원을 채용할 때 전직 고위간부의 측근이던 총무국장 이아무개씨가 실무를 주도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국장을 중징계하라고 요구하고, 부원장보와 수석부원장보 등 고위간부 3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가 이번에 처음 적발된 게 아니라는 점이 우선 놀랍다. 김수일 전 부원장은 2014년 6월 금감원이 변호사 경력직원을 채용할 때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이 직장 근무 경력은 물론이고 실무수습 경력도 없는 로스쿨 출신인데도 채용기준을 바꿔 특혜 채용한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부원장은 최근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금융감독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했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상당수 금감원 직원들이 불법 주식매매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 직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미공개 기업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어, 자기 계좌로만 주식을 사고팔고 거래 내역을 분기별로 통지해야 한다. 그런데 현직 국장이 친인척 계좌로 3년 가까이 주식거래를 하는 등 법을 어겨 적발된 직원이 44명에 이른다. 열에 한 명꼴이니 기강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감독 업무를 집행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공공의 이익을 수호하는 구실을 하는 만큼 업무 처리의 공정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금융감독 업무에 대한 불신은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11일 취임한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금융업계 출신이다. 소비자보다 업계 이익을 우선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씻기 위해서라도 조직 내부 개혁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금감원 채용 청탁의 배후를 밝히지 못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2014년 채용비리 건에서는 검찰이 배후를 밝히지 못했다. 이번에는 부정한 청탁을 한 사람을 검찰이 꼭 밝혀내 엄정한 법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