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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논란, ‘불법 파견’이 본질이다

등록 2017-09-22 18:05수정 2017-09-25 15:08

전국에 파리바게뜨가 눈에 띄지 않는 동네가 드물다. 전국 가맹점 수는 3300여개로 제빵업계 프랜차이즈 2위인 뚜레쥬르의 2~3배에 달한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는 5378명. 근로계약은 협력업체 11곳과 맺었지만, 이들은 그동안 단체카톡방을 통해 본사 품질관리사의 업무에 대한 상세한 지시를 받아왔다. 출퇴근 기록도 본사 서버에 저장돼 있고, 임금테이블을 포함한 채용·승진 규정도 본사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가맹점에도 본사에도 속하지 않은, 도급계약 제공업체 소속으로 분류되어 왔다.

고용노동부는 22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를 모두 ‘직접고용’하고 체불임금 11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시정지시하며 이런 구조가 ‘불법 파견’임을 분명히 했다.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책임지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업계 1위인 이 회사에 대한 시정지시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가맹사업법이 아닌 노동법을 적용한 것은 무리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교육·훈련’ ‘조언·지원’을 뛰어넘는 지시·감독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시 내용과 범위 등을 따져봐야지, 다른 프랜차이즈에 일률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정부가 ‘정규직 고용을 강제했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직접고용’이라 해도 형태는 정규직일 수도, 기간제일 수도, 또다른 형태일 수 있다.

제빵기사들의 임금이 올라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일리가 없지 않다. 현재 제빵기사는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 수보다 많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협력업체에 지급한 도급비의 60~70%만 제빵기사 임금으로 지급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본사의 인건비 부담 증가가 고스란히 가맹점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파리바게뜨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특수성까지 인정해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만일 현행법이 업계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입법 과정을 통해 보완할 문제다. 일부에선 가맹점주와 본사, 또는 기존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한다. 본사와 가맹점주, 제빵기사들의 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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