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 여야 5당 지도부 회동을 제안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또다시 불참 의사를 밝혔다. 북핵 위기가 날로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회동’ 성격을 띤 이번 만남을 자유한국당이 거부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정치적 자충수에 가깝다. 지금의 안보 상황은 여야 정당이 이해득실이나 모양새를 따지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25일 “엄중한 안보 상황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구성해 생산적 정치를 펼치는 지혜를 모아야 할 상황”이라고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유례없는 긴장과 안보 위기에서 여야를 초월한 정치권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동에서 초당적 안보 협력을 다지고 정기국회를 앞둔 협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여주기식 만남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반대의 안보관을 가지고 있는데 만나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응하겠다”고 말해, 문 대통령과 단독 회동이라면 응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태도로는 제1야당 대표가 안보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하게 회동 모양새나 따지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의 안보관을 가졌으면 다자든 단독 회동이든 참석해서 안보 정책의 문제점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외교안보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자칫 회동이 문 대통령의 협치 모양새만 갖춰주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읽힌다.
지금의 안보 상황은 여야 정치권 모두 조그만 모양새나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초당적 안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홍준표 대표가 이번 회동에 참가하는 결단을 내리는 게 나라를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바람직하다. 청와대도 꼭 야당 대표들과의 단독 회동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필요하면 적절한 시기에 문 대통령이 홍 대표 등 야당 지도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안보 현안과 협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이 먼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고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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