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북-미 ‘선전포고’ 공방까지, 한국이 위기 냉각시켜야

등록 2017-09-26 18:25수정 2017-09-26 19:09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각)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회견을 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각) 뉴욕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회견을 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미국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더라도 ‘자위적 대응권’ 차원에서 격추시키겠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지난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선제행동’을 언급하며 위협한 바 있지만, 이번엔 그 대상과 방법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위기 수준을 한층 높였다. 미 국방부도 “무력시위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리 외무상의 언급을 원론적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치킨게임’을 계속 벌인다면, 양쪽 모두 뜻하지 않은 우발적 교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인 1969년 청진 동남쪽 공해상에서 미 정찰기를 미사일로 격추해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보복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알 수 없다.

문제는 북-미의 팽팽한 자존심 싸움을 말릴 이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선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합의했고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미 전략폭격기 B-1B의 무력시위에 ‘동의’했다. 말은 ‘평화’, 행동은 ‘군사적 긴장 동조’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냉각하기 위한 행동에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한국이 양쪽을 향해 도발적 언사와 행동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26일 10·4 남북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10년 만에 정부가 주최해 10·4 선언 복권의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문 대통령 발언은 ‘군사적 억지력 확보’,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을 뿐, 남북 화해와 협력이라는 10·4 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는 데는 미흡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10·4 선언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었다”며 “역대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오랜 세월 한 걸음, 한 걸음씩 힘들게 진척시켰던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어떤 ‘한 걸음’을 걷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