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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김영란법’ 1년, 후퇴는 안 된다

등록 2017-09-27 18:06수정 2017-11-20 18:49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선물시장이 얼어붙었다지만 최고급 선물세트는 여전히 팔린다. 138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가 눈에 띈다.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선물시장이 얼어붙었다지만 최고급 선물세트는 여전히 팔린다. 138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가 눈에 띈다.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이 28일로 1돌을 맞았다. 논란 속에 시행된 이 법은 우리 일상에 자리 잡으며 뿌리 깊은 연줄문화, 과도한 접대 관행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찬성 의견 80%를 웃도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법에 대한 우호적 민심을 읽을 수 있다.

ㅌ 청탁금지법은 거절하기 부담스러운 청탁이 들어와도 떳떳하게 뿌리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됐다. 선물을 받으면 뇌물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했고, 과한 환대를 받으면 부정한 접대는 아닌지 되돌아보게 했다. 학교, 기관 등을 방문할 때 번거롭고 찜찜했던 ‘인사치레’를 신경 쓰지 않게 해줬다. 학교 ‘촌지’가 줄고, 기업 접대비가 축소됐다는 조사에서도 법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이들의 고통을 마냥 모른 체할 일은 아니다. 법이 현실과 지나친 간극이 있으면 지속성과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일부 조항을 현실에 맞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법 자체를 후퇴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부족한 건 보완하고 고칠 부분은 개선하되 법의 근본 취지를 흔들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시행령에 규정된 ‘3·5·10 조항’은 설령 개정하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둑을 무너뜨리는 ‘개미구멍’이 될 우려가 있다. 먼저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세간에선 ‘거악 무죄, 소악 유죄’란 냉소적 반응도 나돌았다. 권력기관, 재벌, 고위 관료 등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는 손대지 못하면서 사소한 위법만 단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이런 의구심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엘리트 부패’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청탁금지법은 적용 범위를 이미 언론과 사립교원 등 민간 영역으로 확대했다. 이들 부문에서 법 시행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면, 부패 관행이 문제가 되는 다른 민간 영역에까지 확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에 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입법 과정에서 빠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추가해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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