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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공공기관 ‘채용 차별’ 없앴다더니, 거짓말이었나

등록 2017-09-27 18:30수정 2017-09-28 16:30

정부가 10년 전 공공기관의 ‘채용 차별’을 금지했는데도 일부 공공기관이 각종 차별을 계속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채용 비리’로 얼룩진 공공기관들이 채용 차별까지 해왔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 채용제도의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이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이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가 입수한 ‘중소기업진흥공단 2013년 신입사원 채용 서류전형 기준안’을 보면, 중진공은 전국 대학을 11개 등급으로 나눠 최고 15점에서 최저 5점까지 차등 부여했다. 중진공은 당시 “학력·연령 등 제한 없음”이라는 채용 공고를 냈다. 겉으로는 공정한 기회를 약속해놓고 내부적으론 노골적인 차별을 한 것이다. 또 국립중앙의료원과 한국공항공사 등도 학력 차별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력뿐만이 아니다. 가스공사와 철도공사 등은 동점자가 나왔을 경우 나이 많은 지원자를 떨어뜨렸다. 또 개발도상국에서 의료지원을 하는 국제보건의료재단은 시험 성적을 조작해 1등을 한 여성 대신 2등을 한 남성을 선발했다. “아프리카 출장을 많이 간다”는 이유로 여성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채용 과정에서의 각종 차별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취업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노력해온 취업준비생들이 실력이 아니라 학력·나이·성별 등을 이유로 탈락한다면 그들이 갖게 될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2007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운영 지침’을 개정해, 직원 채용 때 불합리한 차별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록 잘못된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지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학력·출신학교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법’ 등 관련 법안이 4건이나 제출돼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도 적용될 뿐 아니라, 처벌 조항도 있다. 기존의 고용정책기본법에도 차별 금지 조항이 있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반면, 이들 법안은 강제성을 지닌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이 5월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9%가 “채용에서 학력 차별이 있다”고 답했고 95%가 ‘차별 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채용 차별 금지는 그만큼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다.

▶ 관련 기사 : [단독] 중진공 ‘학력 차별’ 없다더니, SKY 15점·지방대 5점

▶ 관련 기사 : [단독] 공공기관 채용 나이·학력·성별 ‘3중 차별’…생일 하루 빨라서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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