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임 시절의 정치공작 등 불법행위가 연일 폭로되는 데 대해 “이런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여론과 수사의 초점이 자신에게 맞춰지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했듯이 댓글공작과 블랙리스트, 언론탄압과 관권선거 등 총체적 정치공작과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그가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언과 증거는 여럿이다. 공작정치로 민주주의를 퇴행시켜놓고 거꾸로 “퇴행” 운운하다니 그야말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이명박 청와대’의 정무수석실 김성준 보좌관이 유출한 문건 등을 조사해 공개한 내용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자치단체장 31명을 사찰한 자료(‘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 사항’)가 포함돼 있다. 국정원이 2011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료는 최문순 안희정 송영길 등 광역단체장과 이재명 최성 등 기초단체장의 동향을 사찰한 뒤 ‘교부세 감액·반환 등 행안부 차원의 불이익 조처’ 등 견제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 같은 해 12월 작성한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 출마 준비 관련 동향’ 자료엔 박형준 정진석 정문헌 김희정 등 청와대 참모 출신들의 총선 출마 지원을 위해 지원 창구까지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모두 공무원의 선거·정치개입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다. <한국방송> ‘좌파 간부’ 15명의 인사 조처를 요구한 ‘케이비에스(KBS) 관련 검토 사항’ 문건 역시 분명한 언론장악의 물증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당시 청와대 관계자 노트에 2009년 2월2일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 안건으로 ‘종교계 좌파 동향’이 올라왔고 2월20일에 ‘좌파문화예술단체→브이아이피(VIP) 보고’라고 기록된 대목이다. 김 보좌관은 이미 검찰에서 “필요하면 (문건들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사용하는 양식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댓글공작하는 국군사이버사령부 군무원을 늘리는 것까지 지시했다는 이 전 대통령이 이런 공작을 몰랐을 리 없다.
국기 문란을 저질러놓고 사죄는커녕 ‘정치보복’ ‘퇴행’ 운운하는 건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말 그대로 ‘보복 수사’로 직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핵심 주역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정치 도의 이전에 인간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