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존중’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다섯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 양대 지침 폐기까지 우리 사회는 노동문제와 관련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싼 현장 갈등에서 보듯 정부의 일방적 선언이나 정책 하달로는 한계가 있음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최근 몇가지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5일 정부는 그동안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던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노동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 가운데 하나다. 다음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프로세스를 제안하며 1단계로 대통령과 한국노총·민주노총, 대한상의와 경총, 노동부와 기재부, 노사정위원회 대표가 참여하는 ‘8자회의’를 요구했다. 쉬운 의제부터 합의해 신뢰를 확장하는 2단계를 거쳐 3단계로 2019년 4월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등 5대 우선요구를 발표하며 ‘사회적 대화에 앞서 정부의 신뢰회복 조처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일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불려온 노사정위원회 복귀에 대해선 양대 노총이 모두 부정적이다. 사실 노사정위는 그동안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며 자본과 기업 쪽 요구를 들어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선언’ ‘협약’ 같은 결과물에 연연해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방식도 문제가 많았다.
그렇다고 어떤 요구가 해결되어야만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식이 된다면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점을 노동계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만큼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일자리 확대 등 개혁 현안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노총은 정부가 5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올해 전국노동자대회가 ‘대정부 투쟁 선포식’이 될 것이라 했는데, 자칫 노동계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개혁의 동력을 잃었던 참여정부 시절이 반복될까 우려스럽다. 정부 또한 ‘노사정위 복귀’ 같은 형식에 얽매여선 안 된다. 지금은 조건과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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