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27일 법인세와 소득세를 큰 폭으로 내리는 감세안을 발표했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 이후 30여년 만의 대규모 감세안이다. 소득세는 10~39%까지 7단계에서 12~35%까지 3단계로 바꾼다. 법인세는 연방정부 몫의 최고세율 35%를 20%로 낮춘다. 이런 가운데 법인세율 큰 폭 인하를 놓고 국내 일부에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자본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인데, 결론이 성급하고 과장이 지나치다.
우선 미국에서 법이 그대로 통과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미국에선 트럼프의 감세 방안을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미국의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1조5천억달러(미국 정부 추산)에서 2조2천억달러(‘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 추산) 늘어난다. 미국 정부가 해마다 10월이면 자금 고갈 위기에 빠져 공화당 안에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퍼져 있다. 감세안이 이미 의회를 통과한 것처럼 보는 것은 성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는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법인세율을 내리지 않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번에 연방정부 몫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면 지방세를 포함해도 25%를 밑돌게 된다. 프랑스(33%), 독일(30%), 일본(29.97%)보다 낮아진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에 대응해 앞으로 세계 주요국이 어느 정도 속도와 강도로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드는지 보면서, 차분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거라는 전망도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투자 결정을 하는 데는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이 더 중요한데, 미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34.9%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18.6%(옥스퍼드대 기업조세연구소, 2014)에 그친다. 게다가 금리 차이가 단기 투자자본 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과 달리, 세금은 직접투자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변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영향을 받는 것은 129개 대기업이다. 세금 더 내라는데 좋아할 기업이야 없겠지만, 그것 때문에 미국으로 옮길까 고민하는 회사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