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9월 수출액을 551억3천만달러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9월보다 35.0%나 늘었다. 올 들어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9월 수출액 통계에는 착시를 부르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판단을 그르치지 않는다.
9월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추석 연휴’가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추석이 9월에 있어 조업일수가 올해보다 적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올해 9월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에 견줘 20.6%다. 7월(19.5%)이나 8월(17.3%)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긴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들이 통관을 앞당긴 것도 9월 수출 증가율을 키우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밖에 올해 9월에 선박 인도가 매우 많았던 것도 수출에 호재였다.
올해 수출 증가에 큰 몫을 하는 것이 ‘반도체 특수’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은 96억9450만달러로 작년 9월보다 40억달러쯤 많다. 증가율이 70%나 된다. 9월 반도체 수출 증가액은 전체 수출 증가액의 28%를 차지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월 14%에서 올해 17.6%로 커졌다. 반면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9월에 15.9% 줄고, 가전제품 수출은 15.6% 줄었다. 수출 제조업에도 이런 약한 부
분이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수출 증가율을 보고 전체 경제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지난 8월에도 수출 증가율은 17.3%에 이르렀다. 하지만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통계의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월 73.1%에서 8월에 72.0%로 도리어 낮아졌다. 8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1만2천명 늘어나는 데 그쳐,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수출 증가가 고용문제 해법이 못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통계다.
상반기에 강해 보이던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 주춤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리스크’ 영향이 경제에 반영되면 회복세가 더 약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수출 증가율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단기간에 뭔가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조급증을 갖지 말고, 긴 호흡으로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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