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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 규제도 풀라는 미국

등록 2017-10-10 04:59

미국이 가습기 살균제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혼합물의 규제 완화를 한국 정부에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박 등 ‘전방위 무역 공세’와 같은 흐름 아닌지 우려스럽다. 가습기 살균제로 한국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났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의 조처는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엄정한 대처가 요구된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후속 대책으로 모든 스프레이형 제품과 방향제에 이 성분의 사용을 금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너무나 당연한 조처였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문제를 제소해 거듭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보존제 용도’라면 허용할 것과 위해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데이터도 요구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이 성분은 ‘산업용 살충제’로 분류돼 ‘2등급 흡입독성물질’로 지정돼 있다. 다만 업계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혹시 미국 정부가 ‘미국은 허용하는데 한국은 왜 규제하느냐’는 식이라면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국내에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사망한 사람이 1천여명 안팎이요, 4천여명이 상해를 입었다. 대통령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정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사정이 이런데 미국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사리에 맞지 않고 국민이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규제에 앞서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내놓으라는 부분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국내에서 이 성분의 독성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당장 데이터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과학적 데이터로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판에 위해성 입증 데이터가 없으니 규제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가.

미국은 이 문제를 고리로 화학물질 규제 전반에 개입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국회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각종 화학물질 규제 법안도 문제삼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조처”라고 대처하고 있다니 일단 다행스럽다. 세계무역기구 규범도 국민의 안전·보건을 위한 무역 규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당당하고 책임 있는 대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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