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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사격 안전수칙 어기고 은폐까지 한 기막힌 군대

등록 2017-10-10 17:52수정 2017-10-10 19:09

지난달 26일 육군 6사단 소속 이아무개(22) 상병이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사격장에서 날아온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사격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육군 6사단 소속 이아무개(22) 상병이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사격장에서 날아온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사격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부대로 복귀하다 군 사격장 뒤쪽 도로에서 총탄에 맞아 숨진 육군 6사단 이아무개(22) 상병이 도비탄이 아닌 유탄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병은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온 탄을 그대로 맞았다는 얘긴데, 최소한의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은 군의 안전 불감증과 이걸 은폐하려 한 부도덕함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버젓이 일어나는 군대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보내려 하겠는가.

이번 사건은 군의 총체적인 직무 태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는 460m인데, 사선으로부터 340m 거리에 도로를 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 또 사격훈련 부대와 병력인솔 부대는 사고 당일 아무런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러니 부대장은 총소리가 나는 와중에 사격장 뒤편 도로로 병사들을 이동시켰고, 이를 통제해야 할 경계병은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고 주변 나무에서 유탄 흔적이 70여개나 발견됐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군 사격장이 이곳 한 곳뿐이겠는가.

사고 직후 군의 처리 태도는 더 기가 차다. 처음엔 ‘원인 불상의 총알이 어디서 날아온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그다음엔 ‘사격장에서 날아온 도비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탄이라면 군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대충 얼버무리려 했다는 의심이 든다. 유족들은 “도비탄은 탄두가 다른 곳에 부딪혀 총알이 원래 형태를 갖추기 어려운데, 총탄이 탄두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며 도비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는데, 그런 기초적 사실을 군이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로 특별수사가 다시 시작돼 사건 진상이 조기에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군이 어떤 식으로 나왔을지 국민들로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군은 “인솔 간부였던 부소대장이 사고 직후 상급부대에 ‘사격장에서 쏜 탄이 튄 것 같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는데,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지 한심할 뿐이다.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이 상병의 아버지는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병사가 자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책임 모면에 급급했던 군 지휘부의 행태와 너무도 대조적이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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