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제주 강정마을 문제는 국책사업에 의해 빚어진 대표적인 사회적 갈등 사안이었다. 2007년 4월26일 유권자 1050명 중 불과 87명만 참석한 마을 임시총회에서 찬반 토론도 없이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다. 쌀과 물이 좋아 ‘일강정’이라 불리던 400년 넘은 마을 공동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이웃과 친인척이 갈렸다. 반대 주민들은 범법자가 되어야 했다. 지금까지 연행 규모는 연인원 700여명, 사법처리 건수는 480여건, 개인이나 마을회가 낸 벌금은 3억8천여만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2월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 다음달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 등 개인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거액의 손해배상(구상권) 청구소송은 이들의 고통을 배가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비용 273억원을 물어준 해군은 이들에게 34억4800만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가~라 군으로 임의 분류된 개인과 단체들은 한 명이 물지 못하면 다른 사람 금액이 커지는 연대 책임으로 묶여 있다. 강정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정마을 구상권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조건 없는 취하를, 해군은 사과나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쪽 변호인 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 정부가 국책사업을 시행하면서 주민 동의와 협조를 제대로 구하지 않아 발생한 일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무리한 일이었다.
국책사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선례도 이제까지 없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기 위한 ‘본때 보이기 소송’이란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갈등 사안을 어떻게 풀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야지, 다짜고짜 강정마을부터 그 대상으로 삼을 순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구상권 소송 철회를 약속한 바 있다. 바른정당 소속의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제주지역 87개 단체장들도 지난 6월 청와대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지금은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된 공동체를 되살리고, 주민 아픔을 어루만져 상처를 치유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구상권 소송 철회는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