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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경찰이 확인한 전두환의 ‘5·18 자위권 발포’ 조작

등록 2017-10-12 18:37수정 2017-10-12 19:10

전남경찰청이 11일 ‘5·18민주화운동 과정 전남경찰의 역할’이란 보고서를 내고 “당시 경찰관서 무기가 처음 시민들에게 피탈된 것은 5월21일 오후 1시30분 나주(경찰서) 남평지서였다”며, 오전 8시였다는 군 기록 등은 사실 왜곡이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총기를 탈취해 무장하는 바람에 계엄군이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다는 주장이 조작임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1988년 보안사가 이른바 ‘5·11연구위원회’를 꾸려 시민군의 무기 탈취 시점을 계엄군 발포 이전으로 조작한 사실이 보도되긴 했으나, 피탈 당사자인 경찰이 내부 비밀문건을 확보하고 면담 조사까지 하면서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5·11연구위의 거짓 시나리오를 근거로 전두환씨 등의 허위 주장이 난무해왔다는 점에서 1차 자료를 토대로 한 경찰 조사는 의미가 크다.

전남경찰청은 전씨가 회고록을 통해 “계엄군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전남경찰국장의 중대한 과실 때문이었다”며 경찰 책임론을 제기하자 지난 4월27일 진상조사를 위한 티에프를 꾸렸다고 한다. 5·18 당시 근무경찰 등 137명을 면담하고 당시 치안본부가 작성해 30년간 비공개해온 ‘전남사태 관계기록’을 비롯해 국가기록원과 5·18기록관 자료들을 두루 조사했다니,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보안사의 5·11연구위는 오전 8시(나주 반남지서)와 9시(나주 남평지서) 시민군이 무기를 탈취한 것처럼 모든 군 기록을 조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일 오후 1시께 전남도청 앞에서 공수부대가 집단발포해 30여명이 숨지자, 격분한 시민들이 1시30분께 남평지서에서 무기를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광주교도소 습격설과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서도 당시 광주교도소장과 23곳의 경찰 정보센터 관련자 증언 등을 토대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5·18 당시 헬기사격과 전투기 대기설 등에 대해서는 군 차원의 조사가 진행중이다. 발포 명령자 규명 등 5·18민주화운동 진상에 대해선 아직 밝혀야 할 진실이 많이 남아 있다. 전씨 사례에서 보듯 섣부른 용서는 화해·치유가 아니라 왜곡·변명을 낳을 뿐이다. 거짓 회고록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경찰 조사는, 진실이 온전히 드러날 때까지 규명 작업을 멈춰선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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