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창당대회가 진행된 1월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김무성 의원이 소속 의원, 지도부와 함께 무릎 꿇고 ‘국민에게 드리는 사죄의 글’을 읽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바른정당 국회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분당이 불가피하다”는 말까지 했다.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11월13일인데, 대표 후보등록 시점을 통합 시한으로 제시했으니 집단탈당을 예고한 거나 다름없다. 온갖 명분을 내걸지만 결국 명분도 원칙도 내던지고 실리를 찾아 백기 투항, 원대 복귀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를 하자며 바른정당을 창당한 게 지난 1월24일이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새누리당에서는 보수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다”며 결연한 다짐을 했다. 당시 창당 주역으로서 무릎까지 꿇은 채 마이크 들고 사과문을 낭독한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다. 그랬던 그가 9개월 만에 당을 무너뜨리고 ‘가짜 보수’로 돌아가자는 선봉에 섰다.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가 싶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적을 정리하고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변모하겠다고 합의하면 통합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너무나 옹색하고 구차스러운 자기 합리화다. 이미 구속된 전직 대통령 당적을 정리한다고 당이 새로워질 까닭이 없다. 시늉뿐인 징계만 받은 채 활개치는 ‘친박’들은 이조차 펄쩍 뛰며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당론으로 요구한 판인데, 그걸 통합 명분으로 삼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비겁한 짓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형세가 쉽지 않자, 안면 몰수하고 ‘수구보수’, ‘후안무치 패권정당’으로 낙인찍었던 정당에 다시 들어가자는 얘기밖엔 안 된다. 선거 때면 출몰하는 ‘철새 정치인’ 행보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꾼 ‘박근혜당’을 부활시키자고 앞장서 나선 꼴이니 그 역사적·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묻고 싶다.
김 의원 일파의 행보는 보수 전체에 불행한 일이다. 그들이 탈당하면 바른정당은 당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보수의 싹은 자라기도 전에 얼어 죽을 처지에 몰릴 것이고, 콧대 높아진 자유한국당은 지금껏 해오던 그대로 수구적 행태를 반복할 것이다. 두 당의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이 63%에 달하는 이유를 김무성 의원은 되새겨봐야 한다. 그가 추구하는 ‘보수 대통합’에선 어떤 정치적 명분이나 원칙, 비전과 희망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