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5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법무부는 국회 통과를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입법과정에서 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애초 법무검찰개혁위가 발표한 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공수처의 위상·규모를 검찰보다 훨씬 떨어뜨리는 등 기득권을 지키려는 검사들의 이해관계를 대폭 반영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박 장관이 기존 검찰관료들에게 휘둘린 게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다.
애초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개혁위 권고안을 고쳐 국회가 1명만 추천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면,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일각의 ‘슈퍼 공수처’ 비판을 핑계로 공수처의 규모, 수사 대상과 검사들 임기까지 크게 줄이는 등 권한을 심하게 약화시켜놓은 점이다.
특히 검사 등 수사기관 공직자의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한 조항을 없애고, 일반 고위공직자로 뭉뚱그리면서 ‘직무 관련’이란 조건까지 붙여놓은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일반 검사는 공수처의 모든 범죄를 수사하는 데 반해 공수처는 일반 검사의 ‘직무 관련’ 재산·문서죄 등만 수사하도록 해서 수사 권한을 큰 폭으로 제한했다. 또 수사 중 인지된 ‘직접’ 관련 범죄만 수사하게 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수처 권한을 묶어놓겠다는 의사를 노골화했다. 수사기관 사이 견제와 균형을 내세운 공수처 설립의 근본 취지를 뒤흔드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 임기를 6년에서 3년으로 반토막 내 우수 인력 확보를 어렵게 만든 것도 공수처를 ‘2류 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법무개혁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호랑이를 그리라고 해서 개혁위가 그나마 불독을 그렸더니 법무부가 애완견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검찰관료들이 ‘디테일에 악마를 심어놓은 꼴’이다. 검찰개혁은 국민의 제1순위 개혁과제다. 공수처 지지여론은 80%를 웃돈다. 그럼에도 일부 검사들이 아직도 기득권에 연연해 꼼수로 개혁을 방해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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