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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이건희 4조 차명계좌’에 금융위가 면죄부 줬나

등록 2017-10-16 18:51수정 2017-10-16 22:35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8년 4월22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비자금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8년 4월22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비자금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은 이건희 회장 비자금 수사에서 4조5천억원 규모의 차명계좌 1천여개를 찾아냈다. 이 회장은 특검 수사 발표 뒤인 4월22일 ‘대국민 사과’에서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삼성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정상적으로 실명 전환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거액의 세금과 과징금 부과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사회공헌 약속과 함께 국민을 속인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회장의 64개 은행 차명계좌 가운데 1개만 실명 전환됐고 957개 증권 차명계좌는 하나도 실명 전환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은 2008년 말 삼성생명·삼성전자 등 4조원 규모의 차명계좌 주식을 실명 전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차명계좌를 해지하고 돈을 모두 인출해 이 회장 명의의 계좌로 옮긴 명의 변경을 했을 뿐, 금융실명제법에 따른 실명 전환을 한 게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이 회장에게 특혜를 안겨줬다. “차명은 비실명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명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금융위의 유권해석 덕분에 이 회장은 세금과 과징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차명재산을 찾아갈 수 있었다.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차명을 실명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등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막는다는 금융실명제 취지에 비춰볼 때 차명도 금지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차명거래를 허용하면 금융실명제는 빈껍데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2014년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 차명거래 금지를 아예 명문화했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제대로 내렸다면 이 회장이 약 2조원의 세금과 과징금을 내야 했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또 관련법에 따른 세금과 과징금 부과의 시효가 10년이어서 아직 징수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남아 있다.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킬 책임이 있는 금융위가 왜 금융실명제 취지에 역행하는 유권해석을 했는지 그 배경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이제라도 위법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단독] 이건희, 차명계좌 실명전환 않고 4조4천억 싹 빼갔다

▶ 관련 기사 : [단독] 금융위 “차명계좌 실명전환 대상 아니다” 이후 이건희 돈 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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