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달 7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은 유엔 총회 기간 중이던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1992년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방한 이후 25년 만이다. 북핵 위기 등 당면한 한반도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일본 2박3일, 한국 1박2일’로 정해진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체류기간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막판까지 무척 애를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에서 형식은 때론 본질이기도 하다. 또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하룻밤을 덜 묵는다는 게 그냥 무시해도 좋은 사안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 간 현안과 한반도 상황을 돌아보면, ‘1박이냐 2박이냐’ 논란을 벌이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코리아 패싱’이라며 정치적 공세에 나서는 야당의 행태 또한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이고, 트럼프 방한 이후 한-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하는 게 모호하다는 점이다.
일본은 발빠르게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부모의 면담에 공을 들이는 등 트럼프 방문을 통해 대북 강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대북 강경론이 국내정치적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한 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과 일본 재무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번 기회를 최대한 발판으로 삼으려 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대북 강경론에 마냥 동조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미국 대통령이 남한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게 훨씬 중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 국회 연설에 대해, 백악관은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 강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혀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뜻임을 내비쳤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트럼프 특유의 거친 대북 강경 발언이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불렀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방한 때 도라산역을 방문했던 건 그 자체로 남북 화해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에도 ‘평화’ 메시지를 부각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