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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투’ 열풍이 우리 사회에 말하는 것

등록 2017-10-20 18:21수정 2017-10-21 11:36

최근 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30여년에 걸친 성범죄 의혹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데는 애슐리 저드를 비롯한 피해 여배우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기폭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것은 이것이 특정 산업계나 특정 사회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웅변한다.

15일 미국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에 해시태그(#)를 달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자고 제안한 이래, 전세계 관련 트위터 게시물은 130만건이 넘었다. 엊그제엔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매케일라 머로니, 여배우 리스 위더스푼 등이 10대 때 팀 닥터와 제작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강력한 남성 중심 권력구조 탓에 숨죽여왔던 이들이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잇따라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우연히 살아남았다’가 에스엔에스를 통해 퍼지고 수만장의 포스트잇 앞에서 여성들의 공개발언이 이어졌다. 범죄 원인이 조현병이냐 여성혐오냐는 논란과 별개로, 당시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성차별 구조와 성폭력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냈다.

최근 숙명여대에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 사례가 대자보로 붙는 등 학교 내 교원들의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강의 도중 벌어지는 혐오·비하 발언에 대해 제보를 받는 ‘강의 모니터링’을 몇달 전 진행했고, 성균관대·한양대가 올해부터 강의평가에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이나 행동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을 추가했다. 수원여성의전화는 대학생·대학원생과 함께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 ‘17학번 김지은’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미투’ 열풍과 한국 대학가의 변화는 성차별 구조나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외에선 ‘#미투’에 호응해 자신의 가해 사실을 고백하는 ‘#내가 했다’(IDidThat) 캠페인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숙명여대 대자보에 어느 여교수가 했던 성차별 발언 사례도 들어 있듯, 이는 남녀 대결 문제로 볼 사안도 아니다. 더 많은 목소리가 연대할 때, 세상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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