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가 23일 장중 2500을 넘겼다. 거래를 마칠 때는 그보다 밀렸지만, 사상 처음으로 2500을 돌파한 의미는 크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10월 2000을 돌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이듬해 말 1000 아래까지 폭락했다. 그 뒤 되올라 2011년 봄에 2200을 넘기기도 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5년 넘게 2000 안팎에서 옆걸음질을 계속해왔다. 이번에 2500을 돌파한 것은 마치 상자 안에 갇혀 있는 듯한 상황에서 확실하게 벗어났음을 뜻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쁜 일로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큰 폭으로 오른 지수 뒤편에 그림자 또한 짙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23일까지 23%가량 상승했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우려했던 것보다 느려, 국제 금융시장에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의 덕을 보았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다우지수도 올해 들어 18% 올랐다.
기업 실적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실적 향상이 눈에 띄는 기업이 많지 않다. 실제 코스피지수 상승에도 삼성전자가 큰 기여를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50.7%나 올랐는데,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증가분이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증가분의 31.7%를 차지했을 정도로 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주가가 떨어진 기업이 상당수다. 유가증권시장 1363개 종목 가운데 올해 들어 23일까지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581개로, 전체의 42.7%에 이른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다섯에 하나(21.4%)꼴에 그쳤다. 반도체 특수를 누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상황이 밝지 않다는 뜻이다.
성장하는 기업이 많아야 나라 경제가 건강하다. 경제 생태계에는 성숙 단계를 넘어 퇴락하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므로, 그보다 많은 수의 혁신 기업이 있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은 이름의 상장사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 리스트에 몇십년째 순위만 엎치락뒤치락하며 머물러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기업은 내버려두고, 창조적 파괴를 시도하는 기업들에 눈길을 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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