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효성 위원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6일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두 사람의 선임으로 공석이 채워짐에 따라 옛 여권 우위의 방문진 구도가 옛 야권 우위로 바뀌게 됐다. 그동안 제구실을 못 한 방문진이 장기 파업사태 해결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궐이사 선임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15명은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앞두고 방통위로 몰려가 폭력적인 언동을 일삼았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앞에서 책상을 꽝꽝 내리치며 방통위 회의실을 난장판이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더구나 국회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까지 하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다.
보궐이사 추천권을 자신들에게 달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은 생떼 쓰기나 다를 바 없다. 이효성 위원장이 설명한 대로 여야가 바뀌면 여당 추천 몫은 바뀐 여당에서 갖는 것이 관례고 상식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렇게 했다. 이제 와서 그런 관례가 틀렸다는 건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 방문진법(제6조 제4항)에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로 선임이 의결된 김경환 교수는 언론학자이며 이진순씨는 언론단체에서 활동하는 언론학 박사 출신이다. 이걸 방해하는 자유한국당 행위는 명분도 없고 국민 이해를 얻기도 어렵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방문진 이사 선임을 빌미로 국정감사까지 전면 거부하겠다고 한 건 정략적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묻고 싶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문화방송>과 <한국방송>(KBS)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를 자유한국당은 되새겨보길 바란다.
그동안 방문진은 문화방송 경영진을 감싸는 데만 몰두했다. 이제 정상 궤도에 올라선 만큼, 방문진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는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또 문화방송의 방송 파행과 장기 파업을 몰고 온 장본인 김장겸 사장의 해임에 박차를 가해 방송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 시청자들의 불편과 구성원의 고통이 더 길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