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촛불 1년,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보루다

등록 2017-10-27 18:00수정 2017-11-02 10:18

지난해 12월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제6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제6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년 전 이맘때 광화문에서 촛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에는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이 켜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화문 일대는 촛불의 바다로 뒤덮였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외침이 온 나라에 울려퍼졌다. 주말인 28일에는 촛불 1년을 기리는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촛불혁명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헌법적 명제를 시민들 스스로 확인해냄으로써 민주주의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대됐다. 국민을 배신한 불의한 국가권력을 심판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질곡이던 박정희 이데올로기, 극우 보수주의를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시민의 집단지성이 머뭇거리는 정치권을 이끌어 한걸음씩 나아가도록 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정권을 탄핵하고 5·9 대선을 통해 새로운 민주정부를 출범시켰다.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적 수단으로 일관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유례없는 찬사를 받았다.

촛불의 요구는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압축된다. 시민들의 외침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교체가 아니라 정유라 특혜입학에서 보듯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고, 금수저 흙수저로 상징되는 부의 대물림과 기회의 차별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달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외침이었다.

뒤돌아보면 지난 1년 성과도 있었지만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부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탈원전 숙의민주주의 도입 등 가시적 조처들이 있었지만, 더 중요한 법·제도·정책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정농단의 온상인 비민주적·탈법적 잔재들을 일소하고 민주적 제도와 관행이 국정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 정경유착·갑질 근절, 방송 정상화 등을 위한 과제들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 실의에 빠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선거법과 헌법 개정을 서둘러 촛불의 나라에 걸맞은 정치 제도를 갖춰야 한다. 촛불로 지킨 국가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북핵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촛불의 요구는 미완이며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촛불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를 중심으로 강고한 개혁 블록을 구축해야 한다. 개혁과 청산, 미래를 위한 협치와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 촛불 1년을 지나며 움츠렸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 정당과 언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적폐 청산을 정치 보복이라며 자신들이 10년 세월 쌓아온 적폐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힘있고 질서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국정 전반의 적폐 청산은 정상국가,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경로다.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세월호 7시간,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덮을 수 없다. 미래로 가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다만, 적폐 청산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처벌보다는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 등 제도적 청산도 중요하다.

촛불혁명 완수를 위해선 시민들의 일상적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 촛불의 요구를 정치권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시민 집단지성이 촛불을 이끌었듯 정치가 제대로 길을 잡도록 시민이 견인해야 한다. 시민이 들어올린 촛불을 정치가 꺼뜨리도록 놔둬선 안 된다. 항상 마음속에 촛불을 간직해야 한다. 깨어 있는 시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