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학생 딸의 거액 재산 증여와 관련해 계속되는 잡음은 그가 그동안 외쳐온 상속·증여세 강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뒤가 다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홍 후보자의 부인과 딸은 2015년 11월 홍 후보자 장모가 소유한 서울 충무로 상가 건물 지분을 각각 25%(공시가격 기준 8억6500만원)씩 증여받았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손녀에게 부유층이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격세 증여’를 해준 것이다. 이어 홍 후보자 부인은 증여세를 낼 돈이 없는 딸에게 차용증을 받고 2억2천만원을 빌려줬다. 딸은 충무로 상가 임대료로 어머니에게 빌린 돈의 이자를 내고 있다. 또 올해 초 3억원이 들어간 상가 리모델링의 경우 딸도 25% 보유 지분에 따라 비용을 분담해야 했으나, 홍 후보자가 제출한 재산신고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세금 탈루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후보자는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모두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문제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홍 후보자는 줄곧 과도한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 문제를 비판하면서 상속·증여세 강화를 주장해왔다. 19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11월엔 세대를 건너뛴 ‘격세 증여’를 겨냥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발의했다. 이들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세법의 빈틈이 부유층의 합법적 절세 창구가 돼 부의 대물림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홍 후보자의 딸에게 ‘격세 증여’가 이뤄졌다. ‘언행 불일치’는 장관 후보자에겐 커다란 도덕적 흠결이 아닐 수 없다.
홍 후보자가 1998년 경원대(현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쓴 책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고서도 성공한 사람이 자주 보도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썼다.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중소기업인을 비하하는 말로 들린다. 일주일 전 홍 후보자가 지명되자 중소기업계는 그의 경제민주화 활동 등을 들어 ‘환영 성명’을 냈으나, 지금은 일부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새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에서 부처로 격상됐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이끌어가는 데 중추적 구실을 해야 한다. 그만큼 초대 장관이 중요하다. 새달 10일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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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9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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