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2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불신임안이 통과됐다. 고 이사장 불신임은 사필귀정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고 이사장의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덩이와 같았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문화방송은 공영방송으로서 지녀야 할 품위와 가치를 모조리 팽개치고 ‘박근혜 청와대’의 선전기관으로 추락했다. 상식 있는 국민에게 문화방송은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됐다. 문화방송 뉴스 어디에서도 진실과 공익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양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파·불공정 보도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은 배제되고 탄압받았다. 고 이사장 체제의 방문진은 문화방송을 일그러뜨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그들의 불법과 부도덕을 비호하고 방송의 극우화를 부추겼다.
고영주씨는 언행과 이력으로 보아서도 방문진 이사장에서 진즉 물러났어야 할 인물이다. 그는 공안검사로서 1981년 부림사건을 맡아 용공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샀다. 2013년에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고 1심에서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조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최근 국정감사에 나와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적화됐을 것’이라는 막말을 했다. 이렇게 뒤틀리고 편향된 사람이 공영방송의 이사장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화방송 비극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보여준다. 이날 고 이사장을 불신임한 방문진이 그의 이사직 해임 건의안을 함께 통과시킨 만큼,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속히 방문진 건의를 받아들이기 바란다.
고 이사장 불신임은 문화방송 정상화의 출발점일 뿐이다. 방문진 이사회는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의 해임 결의안도 다음주 처리할 예정이다. 김 사장 해임이야말로 문화방송이 진정으로 정상화 궤도에 올라섬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을 거치며 문화방송 파괴를 진두지휘한 사람이다. 김 사장이 있는 한 문화방송은 폐허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문화방송 노조는 김 사장이 해임될 경우 총파업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방문진은 파업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문화방송을 재건할 수 있도록 서둘러 길을 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