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근혜 출당’이 보수 혁신이라 우기는 코미디

등록 2017-11-03 18:38수정 2017-11-04 12:58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이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다.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거친 뒤 자기 책임 아래 박 전 대통령 출당을 확정 지었다. 지난달 20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의결한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 제명 문제가 박 전 대통령만 출당시키는 쪽으로 결론 난 것이다.

이로써 자유한국당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20년 만에 당에서 내쫓기는 처지가 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이 속한 당을 떠나야 했던 악순환이 이번에는 더욱 비참한 형태로 재연된 셈이다.

홍 대표는 출당 발표 회견에서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보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다는 것이지만, 그간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행태를 보면 보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과 함께 최근 ‘박근혜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서둘러 박 전 대통령을 내친 것으로밖엔 볼 수 없다. 홍 대표와 친박 핵심이 담합해 자기들 살겠다고 국민을 눈속임하는 것일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을 쫓아낸다고 보수가 혁신되지는 않는다.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지는 반민주적 모습과 극우 이데올로기, 시대착오적 상황인식을 그대로 둔 채 ‘박근혜 출당’만으로 보수를 혁신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홍 대표와 친박 핵심들의 이전투구, 방송 정상화에 반발한 두 번의 국회 보이콧 등은 여전히 퇴행적인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 문제가 유야무야되는 것을 보면 박 전 대통령 출당이 신보수주의와는 거리가 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현직 의원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를 위한 의총이 열릴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서 의원이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 1억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진술 번복 녹취록’ 문제를 제기하자 양쪽이 적당한 선에서 서둘러 봉합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으로 바른정당 탈당파의 자유한국당 복귀가 기정사실화됐다.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보수의 진정한 혁신을 외치며 당을 떠난 이들이 옛날과 달라진 게 없는 당으로 복귀한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박근혜만 없을 뿐 이념과 정책, 행태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여전히 ‘박근혜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당에 슬그머니 다시 들어가는 것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명분을 포기하는 철새 정치인 행태일 뿐이다. 참담한 국정 실패를 계기로 진정한 보수의 길을 모색할 생각은 않고 ‘박근혜 출당’만으로 다시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자유한국당 행태는 허무한 ‘정치쇼’에 불과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