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원들이 지난해 5월31일 금연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가 2015년 1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 직후 내려갔던 흡연율이 1년 만에 다시 올라갔다. 반면 담배 세수는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담뱃값을 대폭 올렸지만, 결국 ‘꼼수 증세’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질병관리본부가 6일 발표한 ‘2016년 국민 건강·영양 조사’를 보면, 지난해 흡연율이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성인 흡연율은 2014년 24.2%에서 2015년 22.6%로 내려갔다가 2016년 23.9%로 2년 전 수준에 근접했다. 남성 흡연율은 같은 기간 43.2%에서 39.4%로 내려갔다가 40.7%로 도로 40%대가 됐다. 여성은 5.7%에서 5.5%로 내려갔다가 6.4%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처럼 흡연율이 다시 높아진 것은 정부가 비가격정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금연대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담뱃값 인상에만 급급했던 탓이 크다. 경고그림 부착은 담뱃값 인상 2년 뒤인 지난해 12월에야 시행됐고, 담배광고 금지 방안은 여전히 지지부진한다.
그러다 보니 담배 판매량은 애초 목표보다 줄어들지 않고 세수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애초 담배 판매량이 2014년 43억5천만갑에서 2016년 28억7천만갑으로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36억6천만갑으로 16%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담배 세수는 같은 기간 6조9천억원에서 12조3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건강이 아니라 세수가 증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담뱃값 인상은 ‘서민 증세’다. 박근혜 정부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 돈을 거둬들인 셈이다.
정부뿐 아니라 담배회사들도 곳간을 불렸다. 케이티앤지(KT&G)는 순이익이 2014년 7470억원에서 1조873억원으로 46% 증가했고,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는 96억원 순손실에서 137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을 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담뱃값을 다시 내리는 건 옳지 않다. 흡연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 금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가격정책을 넘어 실효성 있는 금연 프로그램 개발과 캠페인 진행, 담배광고 금지, 금연구역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흡연율을 지속적으로 낮춰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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