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채용비리에 책임을 지겠다며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2일 사임했다. 이 전 행장은 2014년 말 취임해 우리은행 민영화를 성사시켰고,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향상시켰다. 그래서 민영화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 사임한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사임으로 인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서둘러 후임 행장을 뽑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원칙은 2016년 민영화 때 정부가 약속한 대로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행장 선임을 민간 주주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12조8천억원을 투입해 정부 소유가 됐다. 그 뒤 민영화 과정은 참으로 험난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2014년에도 소수지분 매각만 성공하고 경영권 지분(30%) 매각에는 실패했다. 결국 2016년 11월 29.7%의 지분을 7곳의 과점주주에게 분할 매각하는 방식의 민영화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정부는 19%의 지분을 가진 단일 최대주주로 남지만, ‘민간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경영’을 약속하고 이를 성사시켰다. 정부가 그 약속을 깬다면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 아래 있을 때 관치금융의 희생양이었다. 잠재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창구 가운데 하나였다. 예금보험공사가 잔여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영화 때 약속을 어기고 경영에 개입한다면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공적자금 회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은행장 선임 때 민간 자율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에 예금보험공사 쪽 비상임이사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이번에는 임원추천위 참여를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나도는데, 그래선 곤란하다. 민영화의 마무리,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정부의 신뢰 유지라는 더 큰 과제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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