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서로 등을 맞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미-중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일치단결해 인류가 직면한 위험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상부상조 관계인 미-중 상호 협력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세계의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한반도와 무역, 남중국해 문제 등 곳곳에서 마찰을 빚어왔고, 이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선 이견은 잠시 뒤로 물린 채,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시 주석은 8일 자금성을 하루 비운 채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만 안내하는 ‘황제 의전’을 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했다. 또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양국이 에너지·화공·농산품·비행기부품·생명과학·스마트도시 등 여러 분야에서 2500억달러가 넘는 무역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하는 등 실질적인 ‘선물 보따리’도 잊지 않았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얘기했듯이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두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기준으로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이 19조3621억달러, 중국이 11조9375억달러로 각각 세계 1, 2위다. 두 나라 지디피를 합하면, 세계 경제 지디피의 40%에 이른다. 국방비 지출 또한 차이는 많이 나지만, 두 나라가 1,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두 나라 관계가 대결로 치달으면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가 긴장 국면에 돌입해 정치·경제적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더욱이 두 진영이 분리된 미·소 냉전 시기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의 경제와 삶이 통합된 구조다. 미·중 두 강대국의 관계 악화는 주변국 시민들의 생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이미 ‘사드 문제’로 이를 톡톡히 체험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주요 2개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를 위한 미·중의 희생이나 시혜적 행동을 바라는 게 아니다. 국제사회 안정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두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로선 두 나라의 협력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결정적이기에, 그 절실함이 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쉽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금융 분야에서의 대북 관계 중단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유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엄격 이행, 그리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두 나라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만 공감했을 뿐, 방법론에선 여전히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앞으로도 쉽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두 나라는 차이점을 강조하며 서로를 탓하기보단, 세계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공동 목표를 강조하며 협력 범위를 넓혀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동북아 평화를 위한 기본 전제임은 물론, 이 시기 주요 2개국이 지닌 역사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