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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원조 국정농단’ MB 수사, 정치보복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다

등록 2017-11-12 17:53수정 2017-11-13 01:06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검찰 수사 가능성에 대해 “정치 보복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9월 페이스북에 ‘퇴행적 시도’라고 글을 올린 데 이어 12일 바레인 출국길엔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군·정보기관이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한다며 최근의 적폐청산 작업을 ‘파괴’ 행위로 매도했다. 한마디로 자신을 향한 수사는 갈등만 일으킬 테니 포기하라는 엄포다.

이미 이 전 대통령 임기 중의 댓글공작 등 정치·선거 개입 혐의로 국가정보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됐고, 군부대를 동원한 댓글공작 혐의로 전날 국방부 장관까지 구속된 상황이다. 이걸 아예 모르는 듯이 현실과 동떨어진 궤변만 늘어놓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구체적 혐의를 따지기 전에, 당시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최소한의 사과나 반성을 했어야 한다.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긴 채 어울리지 않는 훈계조의 정치공세를 쏟아낸 건 적반하장의 극치다.

그의 구체적 속내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설명에서 드러난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대해 “북한의 심리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증원을 허가한 것”일 뿐 “시시콜콜 지시하고 받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군무원 증원 지시 자체는 문건으로 드러났으니 인정하되, 구체적 내용은 부인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 된 댓글은 전체의 극히 일부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종전의 10배 가까운 인력을 갑자기 증원하고 ‘우리 사람 가려 뽑으라’는 지시까지 해놓고 그 의미를 몰랐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비슷한 시기 국정원 역시 선거개입 댓글공작을 강화한 사실까지 함께 놓고 보면 그 목적이 단순히 대북 심리전이 아님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 관련자들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역할과 지시 내용 등을 분명하게 밝혀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우익단체를 활용한 국정원 정치공작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은 국정원 개혁발전위 발표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홍보수석 등 참모들이 직접 국정원에 공작을 주문한 사례도 문건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문서 양식이나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정황도 여럿이라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당시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현대자동차 납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도 이번엔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에서 ‘#그런데 다스는 누구 것?’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이 온라인에선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출국금지 청원에 8만명 넘는 시민이 단숨에 서명한 데서 보듯이, 10년 묵은 ‘비비케이-다스 의혹’은 이제 더 이상 진상 규명을 늦출 수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의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정 정권이나 검찰의 한풀이로 시작된 게 아니다. 과거 권력기관의 불법행위를 청산하라는 것은 촛불시민으로 대표되는 국민의 요구이자 명령이란 사실을 이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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