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광군제 전야제 행사에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왼쪽)이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영화감독 우징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있다.
해마다 11월11일 온라인쇼핑을 중심으로 열리는 중국 ‘광군제’ 할인판매 행사의 올해 매출액이 28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간 온라인쇼핑 거래액 64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하루 판매액 28조원은 상상 이상의 규모라 할 수 있다.
광군제는 애초 독신남들이 파티를 하며 선물을 주고 받는 기념일로 시작됐으나, 2009년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가 이를 대대적인 할인판매 행사로 활용했고 다른 업체들이 동참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올해로 9번째인 광군제는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소비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번에 참여한 14만개 브랜드 가운데 해외 브랜드가 6만개를 넘었고, 세계 225개 국가에서 14억8천만건의 주문이 몰렸다. 모바일을 통한 상품 구매 비율이 90%에 이르고, 폭주하는 주문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응했다. ‘유통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광군제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2015년 내수 진작을 위해 미국의 ‘블랙프라이 데이’를 본떠 시작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가 9월28일~10월31일 한달 넘게 열렸다. 하지만 올해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상품 종류나 할인율이 일반 세일과 차별성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56억원을 지원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들이 떠밀려 참여하는 행사를 수십억원씩 예산을 써가며 계속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들도 반성할 대목이 많다. 우리는 중국과 달리 내수 시장이 좁아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항변이 나오지만,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광군제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현실에 안주해선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TC)을 적극 활용해 유통 혁신에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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