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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김장겸 해임, ‘공영방송 정상화’ 시동 걸었다

등록 2017-11-13 18:01수정 2017-11-13 22:26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이 13일 결국 해임됐다. 사장에 오른 지 8개월여,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가 파업에 들어간 지 71일 만이다. 노조는 15일부터 파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업무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9년여 만에 방송 정상화의 전기를 맞게 됐지만 그동안 해고자와 이른바 ‘유배지’ 근무자, 노조원들이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만시지탄이란 말조차 민망하다. 오랜 기간 정상화를 기다려온 시청자와 국민에게 공정방송으로 보답해야 할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

추락한 뉴스 시청률과 신뢰도가 말해주듯 문화방송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사이에 공영방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진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 사장을 해임한 주된 이유 역시 그가 방송의 공정성·공익성을 훼손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행태로 결국 국민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김장겸씨는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1년 2월부터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을 거치며 정권에 편향적인 보도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도국장 시절엔 보직간부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카메라 기자 성향을 분석한 ‘문화방송판 블랙리스트’가 제작되도록 했다는 의혹을 샀다. 그는 방문진에 낸 소명서에서도 노조 파업을 현 정권이 부추겼다는 등 무책임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고용노동부로부터 그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더이상 부당인사로 공정방송을 탄압하는 구시대적 작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문화방송의 추락은 이명박 정권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정원이 2010년 3월 작성한 ‘엠비시(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은 어용 경영진을 앞세운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그대로 집행됐음을 잘 보여준다. 1단계로 ‘좌편향’ 간부들과 ‘편파’ 프로그램을 퇴출하고 2단계로 노조를 무력화한 뒤 3단계에서 소유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이다.

김재철 당시 사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그에게 적용된 혐의 사실은 정권의 문화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2단계까지 그대로 집행됐음을 말해준다. 최승호 감독의 영화 <공범자들>은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지는 문화방송 경영진들의 추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들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기자·피디(PD)·아나운서 등 조합원들을 정권의 뜻에 부응해 ‘근거 없이’ 해고하고 드라마세트장·스케이트장을 관리하라고 내몰았다. 대부분의 해고나 부당인사가 법원에서 뒤집힌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제는 문화방송을 공영방송답게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게 중요하다. “황무지에서 새로 시작하려면 굉장히 힘들 것“이란 이용마 기자의 말처럼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장 선임을 비롯한 새 체제 구축을 서두르는 것과 함께 그동안의 내부 상처를 잘 치유해 새살이 돋게 해야 한다.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아직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국방송>(KBS)도 고대영 사장의 자진 사퇴로 빨리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궁극적으론 이제 방송장악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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