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일간지가 추티마의 피살 사건을 보도한 지면. “김치의 나라에서 태국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타이에서 11년 전 건너온 여성노동자 추티마는 삶의 3분의 1 이상을 보낸 한국 땅에서 얼마 전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남성 직장동료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들이닥친다며 그를 유인한 뒤 성폭행을 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추티마의 나이, 이제 29살이었다.
십년째 경기도 한 공장에서 꾸준히 일하고 월급 대부분을 고향에 보내는 성실한 노동자였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그의 처지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단속’이란 말이 그에겐 곧 추방을 뜻하기에 동료의 말을 의심할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런 처지를 악용한 야만적인 범행에 커다란 분노와 함께 한국인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에 쫓기다가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은 아주 예외적인 게 아니다. 2003년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그동안 알려진 것만 해도 매해 여러 건이 된다. 정부의 공식 통계가 없으니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게다가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 탓에 사업장을 바꿀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망치며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등록 이주노동자도 부지기수다.
불법체류자가 범죄 피해를 신고한 경우, 경찰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자의 신상정보를 알리고 인계할 의무는 2013년 이후 사라졌다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100만명 시대,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단속을 하더라도 곧장 추방이 아니라 최대한 자율적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기간을 유예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일정 자격을 갖추면 합법적 체류 자격으로 재등록해주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관련단체들의 말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불법체류자라고 그 누구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