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유승민 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험난하기 그지없는 새 출발이다. 33명이던 국회의원은 11명만 남았다. 22명은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갔다. 교섭단체 지위는 잃었고 언제 또 다른 탈당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유승민 대표는 엄혹한 현실을 헤치고 ‘진짜 보수’를 재건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았다.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의 혁신을 이루겠다던 바른정당 창당의 기치는 여전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고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보수’로 거듭날 수는 없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이들은 ‘이유 불문 보수 대통합’을 외치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보수의 쇄신을 막고 국민 외면을 재촉할 뿐이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을 포함하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요한 건 누구와 손잡느냐가 아니라, 보수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통합이냐는 점일 것이다.
바른정당의 역사적 소임은 분명하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낡고 부패한 ‘수구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이 색깔론에만 의존하는 ‘무능보수’를 탈피해 진짜 보수의 주춧돌을 놓는 일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유한국당과 달라야 한다. 바른정당은 정책적으로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방송개혁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습으로 실망을 자아냈고, 선거 연령 18살 조정 문제에서도 자유한국당과 같은 의견으로 기울었다. 보수 깃발을 내리라는 게 아니다. 보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국민이 폭넓게 요구하는 사안에선 과감하게 변화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유 대표는 “죽음의 계곡에서 당을 지켜내겠다”며 개혁보수, 새로운 보수의 길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현실은 춥고 배고프고, 앞날도 기약할 수 없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국민의 평가를 받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기대한다.
새로 선출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당원대표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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