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가 13일 제72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하는 자리에 특별연사로 나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전세계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결의했다. 유엔은 13일(현지시각)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올림픽의 이상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이라는 이름의 평창 겨울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올림픽 휴전 결의’는 고대 올림픽 때부터 시작된 올림픽의 전통이다. 유엔은 1993년 이후 여름·겨울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이 결의안을 채택해왔는데, 이번 의미는 훨씬 각별하다. 우리 정부 주도로 초안이 작성된 결의안에는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개발, 관용과 이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 성격도 짙다. 이날 특별연사로 유엔 총회 연단에 오른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씨는 “선수 시절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북한 선수들이 꼭 경기에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대 올림픽에서도 올림피아에 자국 선수를 보내는 행위는 ‘올림픽 휴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북한은 현재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렴대옥·김주식 조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다. 이들의 올림픽 참가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참가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평화 제전인 올림픽은 특히 남북한에는 화해의 장이자, 한민족임을 세계에 알리는 감동적인 무대가 된 적이 많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처음 남북한 선수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에 맞춰 입장하는 모습은 올림픽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도 개막식 남북한 동시입장은 이어졌다. 그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이 관행이 중단됐다. 북한 선수단의 평창 방문은 ‘올림픽을 통한 남북한 화해’를 다시 잇는 작업이 될 것이다. 특히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은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3연속’ 올림픽 대회의 시발점이라서 그 의미가 또한 남다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꼭 참가함으로써, 군사적 위기가 높아진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올랐던 한반도 위기는 최근 어느 정도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에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위기 해소의 출발점으로 삼는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이어지던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그에 따른 북한의 대응으로 봄마다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일이 반복됐다.
‘올림픽 휴전’ 결의 기간은 내년 2월2일부터 3월25일까지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열리는 기간과 일정 부분 겹친다. ‘올림픽 휴전’에 군사훈련이 포함되는지 뚜렷한 해석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게 ‘올림픽 휴전’ 취지엔 맞을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과 연계한 해법 또는 남북 대화 재개의 기회를 찾는 시도가 동시에 진행되길 바란다. 그것이 ‘평창올림픽’을 진정한 ‘평화의 장’으로 피어나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