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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일의 미래’ 함께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 만들자

등록 2017-11-15 18:10수정 2017-11-15 19:00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의 미래 :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렸다. 개회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의 미래 :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렸다. 개회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근 수십년간 노동이 걸어온 길은 고되고, 불만스럽고, 불안했다. 소득은 자본에 쏠리고 노동에 분배되는 몫은 점차 줄었다. 우리나라가 특히 심했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임금 소득이 늘지 못하는데, 고용의 불안정성은 자꾸 커졌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국경이 열리고 독점이 전세계적 규모로 확산되면서 소득과 부가 자꾸 한쪽으로 쏠렸다. 기술의 발달이 노동자들을 탈숙련으로 몰아냈다. 노동자들 사이에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자본과의 협상에서 힘이 떨어진 것도 노동자 처지를 악화시켰다. 그 약한 부분을 국가가 메워주지 못한 곳에서는 빈곤이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기피, 저출산도 심각해 사회의 재생산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사람들은 배려의 마음을 잃고 서로 배척하며, 사회는 분열되고 갈등은 커졌다.

노동은 행복한 삶의 기반이어야 한다. 일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며, 몸을 혹사하지 않고도 성실하게 일하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충분한 임금을 받으며, 환경 변화에 맞춰 필요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우리는 바란다. 노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노동과 여가, 가정생활이 균형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기술의 발전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예고하는 미래는 노동에 더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자칫 사람이 기계에 일을 빼앗기고, 인간 노동은 파편화되어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15일 막을 올린 아시아미래포럼 행사에서 리처드 프리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대다수 사람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가진 소수 엘리트의 노예가 되는 대신에 신기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과 관행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약화된 노동자의 협상력이 커져야 한다. 영국 <비비시>(BBC) 사회에디터를 역임한 폴리 토인비는 “노조를 통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과 국가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필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세드리크 나이케 독일 지멘스 그룹 부회장은 “노동자들을 꾸준히 재숙련화해야 한다. 사회와 기업에 재교육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람 1명당 로봇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투자와 고용을 담당하는 기업,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국가기구는 발전적 합의를 추동하고, 상생·협력이 매끄럽게 작동하게 적극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우리가 노·사·정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서둘러 설립하자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16일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한국노총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고용노동부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사회적 대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좋은 시작이다. 앞으로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단체 등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려, ‘일의 미래, 일자리의 미래’를 함께 논의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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