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때문에 금 간 울산 한 초등학교 교실 벽면
한반도 동남해안 일대에서 강력한 지진이 잦아지고 있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4, 지난해 9월 경주 지역 지진 규모는 5.8이다. 1년2개월 사이에 역대 1, 2위 규모의 강진이 이웃한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강진 빈도가 잦아질 것을 예고하는 전조는 아닌지, 이보다 더욱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잇따르는 지진도 걱정이지만, 이 지역이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란 점이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동남해안 지역엔 월성 핵발전소와 신월성, 고리, 신고리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고, 울진 한울 핵발전소도 있다. 이번 포항 지진 진앙에서 45㎞ 이내 지역에만 원전 6기가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경우 진앙과 핵발전소의 거리가 27㎞에 불과했다. 이 일대에 사는 수백만명은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밤잠 설치며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상이 발생한 원전은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핵발전소에 규모 6.5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했고, 신고리 3호기부터는 규모 7.0을 견디게 했으니 안전에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지진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는 건 위험하다. 일본도 규모 9.0 정도의 강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단했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전대미문의 방사능 피해를 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일본 원전당국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수없이 장담했다.
원전에 ‘절대 안전’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건 오만이다. 원전 밀집지역에서 강진이 자꾸 발생하는데도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원전괴담 유포’라며 무책임한 선동으로 깎아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탈원전’과 ‘강진 대비’를 거론하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거나 “허무맹랑한 신념에 사로잡혔다”고 공격하는 이들이 있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한마디 예고 없이 불쑥 들이닥치는 게 재앙이다. 핵과 관련한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다. 대규모 환경오염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란 속설은 폐기돼야 한다. 전반적인 지진 대책, 특히 동남해안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대책을 근본에서부터 재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