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1주일 연기 결정에 이어 16일 후속대책이 발표됐다. 1992년 문제지 유출사건으로 후기 대입학력고사가 20일 연기된 적 있지만, 전국의 수험생이 일제히 응시하는 시험의 연기는 처음이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혼란과 공정성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능 연기 결정이 한두 시간이라도 더 빨리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옳은 판단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다른 무엇과 바꿀 순 없다. 포항 수험장 15곳 가운데 11곳이 균열, 누출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에게 이런 곳에서 시험을 강행했다면 안전은 물론 공정성에서 큰 논란이 일었을 것이다. 수능 성적 통보일만 엿새 순연해 12월12일 성적표를 전달하고, 수시 일정 및 정시 접수 등은 모두 1주일씩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후속대책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4년제 대학의 경우 추가모집 기간이 애초 여드레에서 닷새로 줄어드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지 관리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는데, 정부와 각 교육청은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짧게는 1년, 길게 보면 수년간 ‘이날’을 향해 달려온 59만3천명 수험생이나 그 가족들에겐 마음이 복잡한 1주일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북돋는 게 필요하다. 특히 포항과 인근 지역 학생들에 대해선 학사관리, 심리안정 지원 및 수험준비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날한시에 전국의 대입 희망자가 같은 시험을 치르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 또한 사실이다. 대입시험으로 온 나라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국가는 별로 없다. 당장은 올해 위기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수능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