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빌라 기둥이 무너져 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기술사들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포항 지진으로 인한 피해 주택이 19일 기준 2천여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철거가 불가피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엘에이치(LH) 임대주택 160채를 무료 지원하는 등 이재민 주거지원을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건축물에 제기되는 부실시공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는 한편, 준공허가 과정 등 제도적 미비점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한 동이 아예 기울어진 포항시 흥해읍 아파트의 경우,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히려고 내부에 기둥 없이 벽으로만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12월 준공허가가 난 5층형 단지이기 때문에, 내진설계 기준은 더더욱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1988년 6층 이상 건물에 처음 도입된 내진설계 기준은 2005년 3층 이상으로,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2층 이상으로 강화된 데 이어 올해부터 모든 주택에까지 확대된 상태다. 낡은 건축물에 대한 점검과 보강이 시급하다.
문제는 이 기준이 도입된 뒤의 건축물도 다 믿을 순 없다는 점이다. 특히 필로티형 구조의 저층 건물이 지진에 취약한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 현재 필로티형 설계 땐 내진 기준을 높이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주차장 확보를 위해 대부분 이 구조를 적용하는 원룸·연립 등 5층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감리나 준공허가 과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전문가인 구조기술사의 검토가 없어도 되며, 준공검사도 비상주 감리업체가 진행해 관할 관청에는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전세난 등으로 원룸 주택은 갈수록 급증하는데, 제도적 보완책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내진 기준을 강화해도 시공이 부실하다면 도루묵이다. 한동대 건물이나 양덕동 새 고층 아파트는 비구조재인 외장 벽돌 등이 튼튼히 시공되지 않은 사례로 보인다. 큰 건물이든 작은 건물이든 부실시공은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