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가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심사를 본격화했다. 그런데 법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나 법사위원들 발언을 보면 합리적인 반대 논리나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은 검찰개혁을 모든 개혁의 1순위로 꼽고 있다. 특히 공수처 설치법엔 80% 이상의 국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계속 반대하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들을 제쳐놓고 진행하는 수밖엔 없다.
현재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애초 법무검찰개혁위가 만든 초안에서 많이 후퇴한 것이다. 일부 개혁위원은 “국민들이 호랑이를 그리라고 해서 불독을 그렸더니, 법무부가 애완견을 만들어놓았다”고 혹평할 정도다. 공수처의 규모와 수사 대상, 권한을 매우 약화시켜 ‘디테일에 악마를 심어놓은 꼴’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미 법무부와 법무검찰개혁위 사이에 충분히 의논했다”며 법무부 안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애완견 법안’마저 제1야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표는 “충견도 모자라서 맹견을 풀려는 것”이라고 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공수처장을 야당이 추천하더라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반대했다. 기존 검찰이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법안에는 반대하고 있으니 ‘반대를 위한 반대’ 이외엔 다른 이유를 찾을 길이 없다.
이것이 과연 보수적 유권자들의 뜻일지도 의문이다. 역대 국회마다 검찰개혁이 실패한 것은 검찰 출신 의원들의 방해가 작용한 탓이 컸다. 이번에도 검찰 출신 야당 의원들이 배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과 지지자들 의사를 반영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대중 정당’이라면 이런 이해관계를 내부에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국회 법사위의 민주·정의당 의원들은 대선 때 ‘공수처법’을 공약한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이것 역시 쉽지는 않다. 여야 정당이 공수처법 입법을 이번에도 미룬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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