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4일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한국방송>의 이인호 이사장 등 이사진 10명에 대해 해임 등 인사 조처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감사원 발표로만 보면 이인호 이사장이 2800여만원(의심액 포함)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이 이사장을 해임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감사원이 지난달 17일부터 보름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이사장의 경우 법인카드로 백화점에서 선물을 구입하는 등 1400여만원어치를 증빙자료 없이 사용하고 집 근처에서 식사하는 등 모두 161차례에 걸쳐 2800여만원어치를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이사 전체의 부당 사용액 8천여만원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국민 시청료를 맘대로 썼다면 그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이번 감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한국방송은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그 책임은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물론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에게도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정권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관련 보도’ 외압을 행사한 사실은 음성파일을 통해 온 국민에게 공개됐다. 대통령이 공영방송 보도국장 인사에 간섭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명박 정권 때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앞장서 ‘인적쇄신 추진방안’ 문건을 만들고 ‘반정부’나 ‘국정 지원에 소극적’이란 이유로 기자 등을 취재·제작 현장에서 내쫓았다. 국정원 정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보도협조 명목으로 고대영 사장(당시 보도국장)에게 2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까지 했다.
한국방송 파행이 80일 이상 계속되는데도 이사회는 정상화 노력은커녕 사퇴 요구를 받는 고 사장을 감싸고 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공금까지 사적으로 사용한 이인호 이사장을 해임하는 등 한국방송 정상화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