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한 신상발언을 한 뒤 발언내용을 적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공정 수사’라며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24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법무부 상납’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실시하자며, 특검법 발효 때까지 검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의원은 불체포 특권 뒤에 숨고, 당은 특검 카드를 내밀어 검찰 수사를 가로막는 형국이다. 전형적인 수사방해 ‘꼼수’라 할 수 있다.
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특활비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특검법 발의 등 공정한 수사를 받을 제도적 장치를 당에서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애초 28일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최 의원의 불응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불체포 특권이 있는 최 의원이 버티면 검찰은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거나 국회 회기가 끝난 뒤에나 소환할 수밖에 없다.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면 할복하겠다”고 큰소리쳤던 그가 정작 검찰 소환을 앞두고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 건 비겁하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비리 사건에까지 보호막으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검찰은 합당한 절차에 따라 성역 없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명백한 불법인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을 법무부·검찰의 특활비 문제와 동일선상에 놓고 국정조사 및 특검을 추진하는 것도 지나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 의원의 검찰 출석 문제와 관련해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 당에서 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검찰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데 당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검법을 빌미로 사실상 당 차원에서 최 의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인데, 정치적 공세로 정당한 법 집행을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무부·검찰의 특수활동비 문제를 최 의원 수사와 연결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질 않는다.
법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최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을 향하는 검찰 칼끝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것이지만, 막무가내 행보를 계속하면 국민들의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부총리를 지낸 최 의원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그에 걸맞은 합리적 태도를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