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 대상 소득을 소속 종교단체에서 받는 월급에만 국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30일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들이 이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국회도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을 의결하지 않음에 따라,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마침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일부 종교인 반발에 정치권이 흔들리고 결국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형평과세 원칙을 크게 훼손함으로써 종교인 과세는 결국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정부 개정안은 종교인이 월급 명목으로 받는 돈만 과세 대상으로 하고, 수행 지원비나 목회 활동비, 성무 활동비 등 종교단체가 포교 목적 등에 쓰도록 지정해서 준 돈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세무당국의 무차별 세무조사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종교단체가 종교활동에 지출한 비용을 별도로 기록·관리한 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이는 종교단체가 월급 외의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면 사실상 급여임에도 과세를 피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크게 열어준 것이다.
애초 종교인은 일반 근로자에 견줘 세부담이 적게 법이 만들어져 있다.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연 2천만원까지는 80%, 4천만원까지는 50%, 6천만원까지는 30%를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 제도를 새로 도입할 때 저항심리를 고려해 세부담을 가볍게 했던 것인데, 여기에다 과세 대상 소득 범위까지 극도로 축소했으니 ‘특혜 위의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특혜는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오히려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저소득 종교인이 아니라, 고소득 종교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수행 지원비 등 각종 명목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돈을 월급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기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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