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학생들이 고 이민호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제공
10대 실습생들의 잇단 희생을 불러온 직업계 고교의 취업형(조기취업 형태) 현장실습이 내년부터 전면 금지된다. 학생 ‘안전’을 앞에 놓으면서 직업 ‘교육’의 취지도 제대로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로 평가한다. 하지만 2020년 전면 전환을 목표로 석달 전 발표했던 방침을 급하게 앞당기며 혼란과 불안도 적잖은 만큼, 보완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산업체 현장실습은 ‘미래 인재를 위한 현장학습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를 이미 상실한 지 오래다.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한 학교, 학생들과 가족들의 조기취업 열망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부리기 쉬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인력 확보 통로로 여긴 탓이다. 구의역 김아무개군과 엘지유플러스 홍아무개양, 그리고 제주 이민호군까지 실습생들은 베테랑도 맡기 꺼리는 일들을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노동자’ 신분이 되던 취업형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안전에 관한 우려는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최대 3개월까지인 ‘학습형 현장실습’ 또한 마음 놓을 일은 아니다. ‘을’의 처지에서 학생을 보내는 학교가 업체를 관리·감독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학교 하나씩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을 두는 방안을 포함해, 근로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 정부와 국회는 근로감독관 증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희망과 전공에 맞춘 안전하고 내실 있는 학습형 현장실습을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취업지원관 1명이 한 학교 학생들의 조건에 맞는 업체를 다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권역별 센터를 설치하거나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가 연계해 기업 후보군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공기업이나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일에 사회적 책임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장실습비 지원 등 기업들에 대한 지원 대책도 체계화해 유인 효과를 키워야 한다.
정부 발표에 대해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쪽은 “폐지가 성급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완책 마련에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현장실습을 한 졸업생들을 업체들이 취업시키겠다는 ‘취업약정’ 같은 형태가 확산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착취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10대들의 잇단 희생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답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