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의 아침은 넘쳐나는 승객들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역의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신논현행 급행열차에 오르려 하고 있는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 다른 사람들한테 9호선 타지 말라고 말해요.” 11월30일부터 5일까지 인력 증원과 차량 증편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서울지하철 9호선 기관사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살인적 노동강도 탓에 위태위태한 열차 운행이 계속되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호소한 것이다.
서울의 동서를 잇는 이 노선은 항상 사람들이 미어터져 ‘지옥철’ ‘헬 9호선’이라 불리는데, 9호선 노동자들에겐 이 말이 그냥 비유적 표현만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1~8호선의 경우 직원 1인당 매일 16만명 안팎을 수송하는 반면, 9호선은 26만명을 수송한다. 월평균 근무일은 1~4호선이 17.3일, 5~8호선이 16.3일인데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노동자들은 20.3일이고, 휴게시간은 절반 수준이다. 25개역 중 10개역은 상시 1인근무 체제다.
9호선은 수요 예측에도 실패했다. 2005년 당시 하루 평균 24만명을 예상했지만 2015년 이미 이용자가 하루 5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2009년 개통 뒤 적은 인력과 4량 편성 방침을 고집해왔다.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강행한 무리한 민자화와도 관련이 있다. 당시 서울시는 총사업비의 16.3%(5631억원)를 민간 투자로 받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설립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30년 운영권을 맡겼다. 이 회사는 다시 프랑스 회사가 80% 지분을 가진 외국 기업 서울9호선운영㈜에 운영업무를 위탁했다.
매해 서울시의 재정 보전으로 9호선 적자를 메우고 있는데, 수십억원씩 흑자를 내는 위탁운영사는 인력 충원이나 지하철 안전 재투자를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되어왔다. 서울시는 이런 기이한 구조에 적극 개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 계획대로 9호선 전동차를 내년 말까지 70%가량 늘린다면, 인력 증원은 더더욱 필수적이다. 승객과 열차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9호선 운영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